
나는 돼지국밥을 정말 좋아한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돼지국밥을 좋아한다. 집에서 든든히 밥을 챙겨 먹고 나와도 동네 시장에 빼곡히 자리 잡고 있는 국밥집을 지나갈 때면 조금 전 밥을 먹었단 기억은 재빨리 사라지고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 맛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내셔널리그의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는 어떨까. 특히 이제 갓 데뷔한 신인 선수들은 내가 국밥집을 지나가며 느끼는 한 그릇 뚝딱 욕심만큼이나 참을 수 없는 출전 욕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신인 선수들의 야심 찬 각오와는 달리 최근 내셔널리그엔 K리그 경험을 갖춘 수준급의 선수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내셔널리그의 무대로 들어온 신인 선수들은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 이상 꾸준한 출전 기회를 보장받기란 매우 힘든 게 사실이다.
교체 멤버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그나마 괜찮은 편에 속한다. 부푼 꿈을 안고 내셔널리그에 도전했지만 1년 동안 단 한 번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시즌이 끝나고 방출되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부산교통공사의 2009시즌을 돌아보며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부상에서 자유로웠던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골키퍼 김민규부터 시작해서 미드필더 박혁순을 찍고 공격수 여승원까지.
시즌 내내 계속된 부상자 릴레이로 말미암은 기존 선수들의 체력 및 경기력 저하는 후반기 급추락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출전에 대한 의욕으로 가득 찬 신인 선수들이 뜻밖의 기회를 얻게 된다.

부산의 신예 미드필더 박진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기 7라운드까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만족해야 했던 그는 전기 8라운드 울산전 후반 33분에 박상인 감독으로부터 시즌 첫 호출을 받았다. 정상훈과 교체되어 마침내 내셔널리그 무대 신고식을 치른 것이다. 10여 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팀은 2-0으로 승리했고 이 경기로 박진우는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2008년 대학축구대회 도움 부분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발군의 공격력과 풍부한 활동량을 갖춘 박진우는 데뷔전 이후 가파른 상승세로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전기 12라운드 수원시청과의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이자 자신의 리그 데뷔 골을 기록하며 구덕 운동장을 찾은 700여 홈 관중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전기리그 중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정상훈, 박혁순의 교체요원으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박혁순이 부상으로 이탈한 후기리그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후기 4라운드까지 교체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그는 후기 5라운드 김해시청과의 경기에서 이번 시즌 처음으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존 위치였던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풀타임 출전해 패기 넘치는 드리블 돌파와 적극적인 수비가담을 선보이며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이어진 후기 6라운드 강릉시청과의 경기는 박진우의 가능성을 널리 알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후기 5라운드부터 9라운드까지 박진우는 5경기 연속으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 시기에 부산은 시즌 첫 3연승을 기록하게 된다. 그의 활약은 리그에서 그치지 않고 천안시청을 상대로 맞은 전국체전 준결승에서 경기의 주도권을 잡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부산은 3-1로 승리했고 박진우는 후반 89분 부상으로 교체되어 나가기 전까지 경기장 전체를 부지런히 누비고 다니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풍부한 경험과 수준을 갖춘 선배들 틈에서 주눅이 들지 않고 제 몫을 톡톡히 해낸 박진우는 반드시 이번 시즌 부산이 거둔 수확에 포함되어야 한다. 넘치는 의욕과 패기는 간혹 팀의 밸런스를 잃게 하기도 했지만, 그는 주저함이 없었다. 중앙 미드필더 - 측면 공격수 - 측면 수비수를 오가며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성실히 메워 주었다.
90분 내내 강릉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을 쉼 없이 오가며 부지런히 활약했고 후반 39분엔 역습 찬스에서 화려한 드리블 돌파에 이은 골문 구석을 노린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팀의 세 번째 골을 기록하며 구덕운동장을 찾은 팬들에게 후반기 홈 첫 승을 선물하였다. 경기가 끝나고 박상인 감독은 이례적으로 박진우의 이름을 수차례 언급하며 그의 활약에 큰 만족감을 표시하였다. 
그러나 전국체전에서 입은 부상으로 그는 후반기 남은 일정을 소화할 수 없게 되었다. 부산은 전국체전 전후로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후반기 끝자락에 4연패의 수모를 겪게 된다.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리그에서 별다른 동기부여 요소를 찾지 못했고 빡빡한 일정 속에서 진행된 전국체전은 부산의 체력을 바닥나게 하였다.
지난 시즌 통합 4위를 기록했던 부산은 이번 시즌엔 통합 8위로 주저앉았다. 전국체전에서 큰 성과를 얻긴 했지만, 리그에서 꾸준한 면모를 보여 주는 것에는 실패한 것이다.
그럼 부산의 팬들은 이번 시즌의 수확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16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이용승? 창단부터 지금까지 팀을 이끌어 오며 여전히 경기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는 김기범과 조성래?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적인 수비를 선보이는 박준홍과 후기리그 중반부터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고군분투했던 장지수? 리그, 전국체전, 선수권대회 가리지 않고 모든 경기에 출전한 조성무?
K리그 드래프트에서 제외되어 어린 나이에 한차례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박진우는 내셔널리그란 만만치 않은 성인무대에서 꾸준한 출전을 통해 눈에 띄는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신인 선수가 10%의 운과, 20%의 기술, 15%의 집중된 의지력, 5%의 기쁨, 50%의 고통으로 100%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박진우가 보여준 가능성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후반기 급추락으로 우울해진 부산의 팬들은 실망할 여유가 없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다음 시즌 구덕 운동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혹시 다음 시즌에도 작은 체구에 사비올라를 떠올리게 만드는 외모를 가진 등번호 26번의 선수가 맹활약을 펼친다면 이름을 몰라서 허둥대지 않길 바란다.
그가 바로 박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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