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훈의 축구 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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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 하나라도 더 팔아주야지 by 챈들러 빙


난 디씨 트라이브에서 만난 김미역님과 천안시 축구단의 하재훈 감독님을 통해 참 깨알 같은 축구관련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김미역님은 일반인의 수준을 뛰어넘은 관찰력을 통해 바르셀로나식 축구가 어떤 것인지 내게 알게 해 주었고 그의 글을 읽으면서 알게 모르게 참 많은 도움을 받아 쪽지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온갖 축구 커뮤니티를 다 돌아 댕겼지만 그중에 김미역님 글이 가장 재밌었고 동시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예리하고 정확했다. 

하재훈 감독님 같은 경우엔 직접 쓰신 기술 리포트를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어차피 잉여인지라 대가리에 다 집어넣긴 힘들어서 프린트 한 다음 파일에 넣어 심심할 때마다 찾아봤다. 똥 누러 가면서도 봤고 어디 여행 갈 때도 항상 가지고 다녔다. 물론 지금도. 얼마 전에 구덕운동장에서 한 번 뵌 적이 있었는데 경기 끝나고 경기장 불이 꺼질 때까지 감독님을 부여잡고 이것저것 물어봤었다. 귀찮으셨을 텐데 얼토당토않고 두서없는 나의 전술 관련 질문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해주셔서 순간 아버지라 부를 뻔했다. 

현대축구의 트렌드를 요소요소에 가미해 천안을 새로운 팀으로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하신 것 같았다. 성적 상으론 지난 시즌과 크게 차이는 없지만, 이번 시즌의 천안은 분명히 지난 시즌의 천안과 성격이 달랐다. 간혹 지나치게 볼 소유권 유지에 집착한 나머지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경기 양상을 펼칠 때도 있었고 최전방에서 결정력이 후달려 다 잡은 승리를 놓칠 때도 있었지만 뭐 어떤가.

이제 겨우 창단 2년째를 맞는 팀이다. 하재훈 감독님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고 팀은 분명히 지난 시즌보다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재훈 감독님의 인품은 두말하면 입 아프고 내셔널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최정민과 풍부한 경험과 함께 여전히 기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남기일이 팀을 이끌고 있어 선수들의 단결력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시즌 시작 전 대통령배 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10월 전국체전에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그에선 10위에 그쳤지만 지난 시즌엔 11위였다. 무엇보다 그들에겐 홈 경기마다 경기장을 찾아 세계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봉지 섹션을 펼치는 열정적인 서포터즈가 있다. 2년이란 짧은 역사 속에서도 쉼 없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천안시청이 리그의 이슬로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축구센터건립과 함께 천안을 축구 도시로 만들겠다던 사람들이 1년 만에 태도를 바꿔 아예 팀을 엎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법인화를 했는데 후원금은 똥구멍에 난 털보다 적게 들어오니 시 예산을 자꾸 갉아먹고 있어 필요가 없단다. 이제 용병도 들어오는데 그 돈을 다 어디서 마련하겠노. 그냥 지금 당장 엎어 버렸으면 좋겠단다.

결국엔 이렇게 귀결된다. ' 우리랑 같이 창단한 김해시청은 벌써 플레이오프도 가고... 우린 10위고... 게다가 김해는 시청 직원이 축구단 일까지 같이해서 인건비가 안드는 데 우린 구단 직원만 다섯 명이고... '

아직 결정 난 일도 아니고 얘기만 나왔을 뿐이지만 좆같은 성적제일주의에 오르가즘을 느꼈다. 만약 전국체전에서 천안이 우승했다면 얘기는 달랐겠지. 천안이 지역 대표의 명예를 걸고 사흘 동안 무려 세 경기를 치러 준결승까지 올라가는 동안 당신네는 한 번이라도 경기장을 찾아 팀을 응원한 적이 있나?

김해는 전기리그 우승까지 했는데 천안은 뭐냐. 지금 당장 근본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좆 까는 소리 하지 마.

축구단 관련 전문인력을 따로 두고 팀을 관리하는 건 팀을 미래를 위해서도, 리그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다른 시청, 공기업팀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꺼리는 부분이지만 미래를 위해 제대로 된 행정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시스템 기반을 철저히 준비하고 체제를 만들어 가는 위해 그만한 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대로 조직을 갖추지 못한 팀이 리그에 참가했다 비리만 터뜨리고 사라진 경우도 있지 않은가. 자생의 길을 위해 법인화를 이룬 것이지 무엇 때문에 한 것인가. 내실을 다져 K리그로 가겠다고 설레발치던 시절을 잊은 모양이다. 불과 1년 전이다. 겁 많은 초등학생도 아니고 지레 쫄아서 얼른 없애자니.

팀은 확실한 목표의식이 있고 지역 주민들은 서서히 팀을 눈에 익히는 중이다. 서포터즈는 너무도 열정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팀을 당장 우승을 못해서, 앞으로 들어갈 예산이 아까워서 1년 만에 없애버리겠다고? 장기적인 목표의식을 가지고 서서히 시스템을 구축해가는 팀을 예산만 갉아먹는 좀 덩어리고 인식해 서울시청이 팀을 해체했던 것처럼 천안도 결단이 필요하다고 요구를 하는 것은 심지어 좆같기까지 하다.

난 천안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천안엔 축구 보러 올해 처음 가봤고 호두과자 또한 별로 내키지 않는다. 근데 시의회에서 천안시 축구단을 엎어 버리겠다고 보도자료까지 내는 거 보면 참 좆같다는 생각이 든다. 잘 갖춰진 축구 인프라와 열정을 지닌 감독, 선수, 직원, 서포터즈가 있다. 돈이 그렇게 아깝다면 내가 인터넷에서 호두과자 몇 개 더 팔아주겠다.

나는 미래를 향해 성실히 나아가는 천안시 축구단을 오래오래 보고 싶을 뿐이다. 진짜 이것뿐이라니까.
축구단 해체를 막아주세요!!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내 성격이랑 맞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진부하기까지 하네. 역시 그냥 호두과자 하나 더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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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바셋 2009/11/09 10:25 # 답글

    병천 순대도.....
  • 챈들러 빙 2009/11/09 18:33 #

    오호, 그런 것도 있었군요. ㅋㅋ
  • 홍차도둑 2009/11/09 11:45 # 답글

    하재훈 감독님 참 성실한 분이시죠. 부천 있을 때에도 스카우터일 때부터 보아왔습니다. 수줍음도 많은 분이지만 성실하세요. 그래서 당시 부천이 키우는 코치진에 합류할수도 있었죠.
    그래요 역시 호두과자 하나라도 더 먹는게 최고입니다.

    12월중에 부산에 한번 갈텐데 그때도 뵐수 있음 뵙죠, 사실 10월 30일에서 11월 1일 사이에도 다녀왔는데 그땐 다른 약속이 가득 차서 연락도 못했습니다.
  • 챈들러 빙 2009/11/09 18:33 #

    잠깐 얘기를 나눴을 뿐이지만 그 분의 포스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 2009/11/09 16:2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챈들러 빙 2009/11/09 18:33 #

    지랄 염병이죠. ㅋㅋ
  • 반바스틴 2009/11/09 17:55 # 답글

    김미역님인가 그분 글 어디서볼수있나요 나도보고싶음
  • 챈들러 빙 2009/11/09 18:34 #

    요새는 활동을 전혀 안하시더라구요. 저도 보고 싶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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